AI이리로

적었다고 믿었는데, 안 적혀 있었습니다

오늘 한 일을 내일의 내가 알아볼 수 있게 남겨 두는 것. 혼자 일해 본 분이라면 그게 따로 힘이 드는 일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옆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을수록, 기록은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인수인계입니다.

저희 회사는 그걸 아예 원칙으로 박아 뒀습니다. 사장님이 한 문장으로 못 박은 날도 있습니다. “모든 사항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것이 회사의 유산이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적었다고 믿었던 기록 하나가 실제로는 안 적히고 있었습니다.

세 번 연속, 같은 숫자가 틀려 있었습니다

작업을 마칠 때마다 마무리 기록에 “검사 몇 건이 실패했다"는 문장을 남깁니다. 다음 사람이 어디서부터 살펴야 하는지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최근 세 번의 기록에서 그 숫자가 전부 “실패 1건"이었습니다. 실제로 세어 보니 4건이었습니다. 세 번 다 틀렸고, 세 번 다 실제보다 좋게 적혀 있었습니다. 맞는 숫자는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적는 일은 세 번 있었는데, 적힌 것은 한 번도 없었던 셈입니다.

손으로 옮겨 적은 숫자였습니다

원인은 단순했습니다. 숫자를 사람이 손으로 옮겨 적었습니다. 도구가 세어 준 결과를 눈으로 보고, 기억으로 옮기고, 손으로 적었습니다. 그 사이 어디선가 지난번의 숫자가 이번 숫자 자리에 들어왔습니다.

틀린 줄 모른 채 세 번을 지나온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옮겨 적은 사람에게 그 숫자는 이미 한 번 본 숫자입니다. 손을 여러 번 거치는 동안 “봤다"가 “확인했다"로 바뀝니다. 실제로 확인한 것은 맨 처음 한 번뿐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다시 세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샌 곳은 여기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자리도 원인도 달랐는데, 전부 한 문장으로 요약됐습니다. 적었다고 믿었는데, 안 적혔다. 전부, 사람이 기억이나 습관으로 지켜야 했던 자리였습니다.

고친 건 사람이 아니라 적는 방법입니다

다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부터 잘 세자"는 이미 세 번 실패한 방법입니다.

대신 그 숫자를 사람이 못 적게 했습니다. 도구가 센 결과가 그대로 기록에 들어가고, 사람은 그 옆에 말만 보탭니다. 옮겨 적는 손이 없어지니 옮기다 틀릴 자리도 없어졌습니다. 기억으로 지키던 일 하나를 기계에 넘긴 것이고, 그 뒤로는 그 숫자를 의심하고 다시 세는 데 쓰던 시간을 안 씁니다.

기록하겠다고 마음먹는 것과 기록이 실제로 남는 것 사이에는 늘 틈이 있었습니다. 그 틈은 의지로 안 메워졌습니다. 사람이 안 해도 적히게 만들었을 때만 메워졌습니다.

지금 쓰고 계신 기록에도 손으로 옮겨 적는 숫자가 하나쯤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 숫자를 직접 세어 보신 것이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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