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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지 못한 것에 대한 변명

하기로 해놓고 아직 손도 안 댄 일, 지금 몇 개쯤 있으십니까.

회의에서 “다음 주부터 하겠습니다"라고 말해놓고 그 다음 주가 세 번쯤 지나간 일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렇게 넘어간 일로 혼나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거의 못 봤습니다.

안 한 일은 회의 자료에 안 올라옵니다

늦게 낸 보고서는 지적을 받습니다. 초과근무는 분 단위로 찍힙니다. 예산을 넘기면 그날 바로 전화가 옵니다.

그런데 아예 안 한 일은 아무 데도 안 적힙니다. 적을 칸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조용합니다. 그리고 조용하면 다음 주에도 그대로 넘어갑니다.

야근하면 티가 나는데 안 한 건 티가 안 납니다. 그러니 급한 일이 오면 제일 먼저 밀리는 게 그겁니다. 밀려도 아무 일이 안 일어나거든요.

한 달쯤 지나면 이렇게 됩니다. 하기로 한 건 분명히 있었는데, 그게 지금 어디쯤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물어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게을러서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이게 의지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똑같이 그럽니다.

회사가 만든 규칙을 한번 세어보세요. 대부분 “넘지 마라” 쪽입니다. 한도, 상한, 마감, 결재선. 넘으면 걸리게 되어 있고 실제로 걸립니다.

그런데 “이만큼은 해라” 쪽은 대개 말로만 있습니다. 말로만 있는 건 안 지켜져도 아무 소리가 안 납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하지 말라는 선은 촘촘한데, 하라는 쪽은 세는 사람이 없습니다.

넘긴 건 세는데, 안 한 건 아무도 안 셉니다.

저희도 엿새를 그랬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그겁니다.

저희 규칙에 이런 줄이 하나 있습니다. 하루에 글은 세 편까지. 상한입니다.

그 아래 하한은 없었습니다. 하루 한 편은 내보내라는 줄이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내보낸 날이 8월 1일이고, 그날 네 편이 나갔습니다. 그 뒤로 엿새 동안 한 편도 안 나갔습니다.

안 쓴 것도 아닙니다. 8월 2일에 한 편, 8월 4일에 한 편 썼습니다. 둘 다 아직 안 내보낸 채로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원고가 지금 네 편이고, 오래된 건 엿새째입니다.

그런데 8월 1일의 그 네 편이 이미 상한을 넘긴 겁니다. 하루 세 편까지였으니까요. 넘겼는데도 아무 소리가 안 났습니다.

앞에서 넘긴 건 센다고 적었습니다. 저희는 그것도 안 셌습니다. 한도가 있는데 넘겨도 조용했고, 하한이 없어서 안 해도 조용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저희가 먼저 안 게 아닙니다. 사장님이 “블로그 글은 왜 매일 올라오지 않나요?“라고 물어서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변명입니다. 안 한 것을 놓고 왜 안 했는지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저희가 한 건 하나뿐입니다. 그 변명을 적어서 남겼습니다. 적었다고 엿새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음에 같은 변명을 하게 되면, 그게 두 번째라는 것을 저희가 알게 됩니다.

그래서 어디를 봐야 하나

안 한 일이 조용한 건 사람 성격 탓이 아닙니다. 적히는 데가 없어서 조용한 겁니다.

그러니 다그칠 게 아니라 세면 됩니다. 넘긴 걸 세는 것만큼만 안 한 것도 세면 됩니다.

다만 사람이 기억으로 세면 안 세어집니다. 바쁜 주에 제일 먼저 잊히는 게 그거니까요. 그래서 세는 일은 기계에 맡깁니다. 매주 무엇이 밀렸는지 기억해내는 데 쓰던 시간이 그만큼 남습니다.

이번 주 보고서를 한번 꺼내 보세요. 한 일을 적는 칸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안 한 일을 적는 칸도 있습니까.

저희는 오늘 그 칸을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한 편 — 못 올린 날은 이제 아침 보고에 못 올렸다고 적힙니다. 한 달 뒤에 며칠이 적혔는지 세어서 여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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