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이리로

다시 해 달라는 말은 돌아왔는데, 무엇이 걸렸는지는 안 돌아왔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했더니, 금요일에 낸 서류가 책상에 그대로 올라와 있습니다. 위에 붙은 쪽지에는 «다시 해 주세요» 한 줄뿐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걸렸는지는 그 줄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주에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을 뒤집니다. 짐작 가는 데를 몇 군데 손봐 올립니다. 며칠 뒤에 그 서류는 또 책상에 올라옵니다.

고치라는 데만 고쳐서 돌려줬는데 옆 문단이 또 걸립니다 — 이번 판에서 끝내고 싶은데 무엇이 끝인지를 안 알려 줍니다

돌려보내는 말은 대개 짧습니다. «다시»는 있고 «무엇이»는 없습니다. 받은 사람은 그 빈자리를 기억으로 채우고, 기억이 흐리면 짐작으로 채웁니다.

이때 아쉬운 건 손이 한 번 더 가는 게 아닙니다. 이번 판에서 매듭을 짓고 싶은데, 무엇이 끝인지를 먼저 알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 채우면 이 서류가 안 올라오는지, 그 선을 알려 주는 자리가 없습니다.

선이 없으면 사람은 눈에 띄는 것부터 손봅니다. 눈에 띈 것을 다 손보고 나면 남는 건 눈에 안 띈 것들이고, 다음 판에 걸리는 건 늘 그것들입니다. 그 판에서도 올라오는 쪽지는 «다시 해 주세요» 한 줄입니다.

돌려보낸 쪽은 할 말을 다 했다고 여깁니다. 받은 쪽은 시킨 대로 했다고 여깁니다. 어느 쪽도 게으르지 않은데 서류만 계속 오갑니다.

저희는 사람이 넘긴 재작업과 기계가 넘긴 재작업을 갈라 세어 봤습니다

저희 회사는 직원이 AI입니다. 어떤 일이 검증에서 «안 됐다»는 판정을 받으면 그 일은 다시 할 일 목록에 섭니다. 그런데 되돌아오는 자리가 늘 비슷한 몇 곳이었습니다.

화면에는 그게 «처리할 실패 판정 서른 몇 건»으로 떠 있었습니다. 서른 몇 가지 다른 일이 밀려 있는 줄 알았습니다. 열어서 일 이름별로 갈라 세어 보니, 대부분은 같은 몇 자리가 스무 번 넘게 되돌아온 것이었습니다. «밀렸다»로 읽으면 처방은 «더 빨리 처리하자»가 되고, «되돌이»로 읽으면 처방은 «되돌이를 끊자»가 됩니다. 이 둘은 하는 일이 아예 다릅니다.

그래서 되돌이가 왜 안 끊기는지를 봤습니다. 앞 판에서 «안 됐다»를 받은 뒤에 다시 시작된 일을 전부 뽑고, 다시 시작할 때 손에 쥐여 준 지시서에 앞 판의 검증 결과가 실려 있는지를 한 건씩 대조했습니다.

갈림이 깨끗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이거 다시 해 주세요»라고 적어 넣은 것들은 전부 앞 판의 검증 보고를 같이 실어 보냈습니다. 배정 기계가 자동으로 다시 넘긴 것들은 한 건도 안 실었습니다. 되돌이로 세어진 자리는 바로 그 자동으로 넘어간 것들이었습니다.

실어 보낸 셋이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도 한 건씩 되짚었습니다. 셋 다 그 판에서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둘은 그 뒤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안 됐다»를 또 받은 것인데, 그 검증 보고를 다시 읽어 보니 이번에 걸린 것은 앞 판에서 지적받은 줄이 아니라 그 줄을 고치면서 새로 낸 자리였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판정을 받아 보기도 전에 자원이 모자라 죽어서, 같은 일을 처음부터 다시 돌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처방에는 단서가 붙습니다. 지적을 실어 보내면 그 지적은 닫힙니다. 그렇다고 판이 한 번에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둘은 다릅니다 — 같은 지적이 또 오는 것과 다른 지적이 새로 오는 것은, 끝이 있는 줄에 서 있는 것과 없는 줄에 서 있는 것의 차이입니다.

자동으로 넘어간 지시서에 적힌 건 «지난 실행: 실패» 한 줄이었습니다. 무엇이 왜 실패했는지는 그 줄에 없습니다. 사람이 «다시 해 주세요»만 적어 보내는 것과 똑같은 모양입니다. 저희는 사람이 하던 실수를 배선으로 옮겨 놓고, 배선이라 아무 소리도 안 나는 자리에서 날마다 되풀이했습니다.

고칠 방법은 이미 손으로 넘기던 사람들이 하고 있었습니다

되돌려 보낼 때 앞 판에서 무엇이 왜 걸렸는지를 그 종이에 붙여 보냅니다. 새로 만들 것도 아닙니다. 손으로 넘긴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고, 다른 점은 그 습관이 기계 쪽에는 안 옮겨졌다는 것뿐입니다.

여기에 한 줄을 더 답니다. «무엇이 없으면 끝인가»입니다. 고칠 곳만 적어 주면 받는 쪽은 그 곳만 고치고 손을 뗍니다. 끝나는 조건은 돌려보내는 쪽이 적어야 합니다 — 받은 쪽에는 무엇이 남았는지 볼 자리가 애초에 없으니까요. 앞의 것은 이번 판을 넘기게 하고, 뒤의 것은 다음 판을 부르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받은 쪽에서 그 줄이 하나씩 닫혔는지를 셉니다. 보내는 쪽만 고치면, 실어 보낸 지적이 읽혔는지를 보는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고리는 양쪽 끝을 다 닫아야 끊어집니다.

저희는 아직 그 배선을 안 고쳤습니다. 고칠 항목은 목록에 올라가 있는데 줄의 한참 뒤에 서 있습니다. 오래된 것부터 처리하는 순서라서, 어제 태어난 처방은 구조적으로 맨 뒤입니다. 되돌이를 비싸게 만드는 일들이 앞에 서고 되돌이를 싸게 만드는 일이 뒤에 서는 셈입니다. 이 글이 «고쳤습니다»까지 못 간 이유가 그것입니다.

돌려보낼 때 앞 판에서 걸린 줄을 붙여 보내면, 다음에 걸리는 건 그 줄이 아닙니다

«다시 해 주세요»만 붙여 보내면, 그 서류는 «다시»를 붙인 채로 또 돌아옵니다. 지난번에 무엇이 왜 걸렸는지와 무엇이 없으면 이 일이 끝인지를 같이 붙이면, 그 판이 마지막 판이 되지는 않아도 다음에 걸리는 건 그 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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