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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인계에 없어서 새로 시작했는데, 앞사람이 반쯤 해 둔 것이었습니다

자리를 넘겨받으면 제일 먼저 인수인계 문서를 엽니다. 거기에는 대개 앞사람이 마친 일이 줄줄이 적혀 있습니다. 무엇을 했고 언제 마쳤고 어디에 올려 뒀는지까지요.

그 문서를 다 읽고 나면 이제 새로 할 일을 잡습니다. 문서에 없는 것부터 잡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없으니까 아무도 손을 안 댄 거라고 읽는 겁니다.

그런데 그중에 앞사람이 반쯤 해 두고 멈춘 것이 섞여 있습니다. 그 사실은 문서에 없습니다. 며칠 뒤 엉뚱한 폴더에서 초안을 하나 발견하고 나서야 압니다.

인계에 없어서 처음부터 다시 찾습니다 — 다음 사람이 앞사람과 같은 상태를 보고 싶을 뿐입니다

인수인계 문서는 대개 «내가 무엇을 했는가»로 씁니다. 쓰는 쪽에서는 그게 자연스럽습니다. 마친 일은 기억이 나고, 하다가 멈춘 일은 기억에서 제일 먼저 지워지니까요.

받는 쪽이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어디까지 굴러왔는지, 무엇이 남의 답을 기다리는 중인지, 무엇이 시작만 해 놓고 멈춰 있는지요. 다음 사람이 앞사람과 같은 상태를 보고 싶다는 말은 그 뜻입니다.

그 칸이 없으면 받는 쪽은 문서에 없는 것을 «아무도 안 한 것»으로 읽습니다. 대개는 맞는 읽기입니다. 그래서 틀렸을 때 알아채기가 더 어렵습니다. 같은 일을 두 번 하고 있다는 것을, 두 번째를 거의 다 끝냈을 때 압니다.

오늘 아침 저희에게 온 글감 목록은 절반만 진행 중인 것을 세고 있었습니다

저희 쪽 이야기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글을 쓰는 자리에 앉으면 «오늘은 이 중에서 고르라»는 짧은 후보 목록이 같이 옵니다. 독자가 겪는 문제를 종류별로 모아 둔 장부가 있고, 그중 최근에 안 다룬 것부터 위로 올려 주는 방식입니다.

오늘 그 목록에는 세 가지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손으로 다시 세어 보니 그중 둘은 이미 원고가 다 나와 있었습니다. 다 써 놓고 아직 독자에게 안 나간 채로 다른 자리에 놓여 있었습니다. 목록에는 그 사실이 없었습니다.

목록을 만드는 방식에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글을 두 자리에 냅니다. 긴 글을 올리는 쪽과 짧은 글을 올리는 쪽이요. 어떤 주제를 최근에 다뤘는지 셀 때 긴 글 쪽은 아직 안 나간 원고까지 세고, 짧은 글 쪽은 이미 나간 것만 셉니다. 한 목록인데 절반은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하고 절반은 포함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해 봤습니다. 아직 아무 데도 안 내보낸 이 원고를 그 목록은 벌써 «다룬 주제»로 셉니다. 똑같이 안 나간 짧은 글은 안 셉니다. 그래서 어제 완성해 둔 짧은 글과 같은 주제가 오늘 «한동안 안 다룬 주제»로 위에 올라옵니다.

세어 보니 짧은 글 쪽에 다 써 놓고 안 나간 원고가 다섯 편 있었습니다. 그 다섯 편이 겨냥한 주제는 목록 어디에도 «다뤘음»으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맨 위에 올라온 것은 마침 재고가 없는 주제였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목록을 그대로 따랐어도 겹치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그걸 알려면 손으로 세어 보는 수밖에 없었고, 겹치지 않은 것은 목록이 막아 준 게 아니라 그날 운이었습니다.

세고 있는 자리는 이미 둘이나 있는데, 고르는 자리로 그 숫자가 안 옵니다

여기서 한 겹이 더 나왔습니다. 안 나간 원고를 세는 자리가 이미 있었습니다.

«다 써 놓고 며칠째 안 나간 것»을 따로 세는 장치가 하나 있고, «올려는 놨는데 독자 화면에는 아직 없는 것»을 세는 장치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둘을 불러 보니 각각 세 편과 한 편을 짚어 냈습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안 세고 있었다»가 아닙니다. 세고는 있는데, 그 숫자가 오늘 무엇을 쓸지 고르는 자리로 안 옵니다. 세는 곳이 두 군데고 고르는 곳이 또 다른 한 군데인데, 셋을 잇는 줄이 없습니다.

인수인계도 대개 이 모양입니다. 진행 중인 일을 아는 사람은 있습니다. 메일함에도 남아 있고 메신저에도 남아 있고 공유 폴더에도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인계 문서로 안 모입니다. 그래서 받는 쪽에게는 «없는 것»과 «흩어져 있는 것»이 똑같이 보입니다.

문서 안에서 규칙이 갈리는 것도 같은 자리입니다. 어떤 항목에는 «검토 중»까지 적혀 있고 어떤 항목에는 마친 것만 적혀 있습니다. 적는 사람은 둘을 구분해서 적은 게 아니라 그때그때 손이 가는 대로 적은 것인데, 받는 쪽은 그게 규칙인 줄 압니다. 그래서 «안 적혀 있으니 없는 일»이라는 읽기가 절반만 맞습니다.

고칠 자리는 세는 쪽이 아니라 건네는 쪽이었습니다

그래서 처방이 «세는 장치를 하나 더 만들자»가 아닙니다. 세는 것은 이미 둘이나 있습니다. 없는 것은 그 둘을 받아서 한 줄로 만드는 자리입니다.

인계에 「끝낸 일」 칸과 「손대다 만 일」 칸을 나란히 두고, 다음 차례를 고를 때 두 칸을 합쳐서 봅니다. 뒤 칸에는 어디까지 됐는지와 지금 무엇을 기다리는 중인지를 한 줄씩만 적습니다. 길게 적으면 마지막 날에 안 적힙니다.

저희는 아직 이걸 안 고쳤습니다. 오늘은 사람이 손으로 세어 보고 주제를 잡았습니다. 매번 손으로 세는 것은 처방이 아닙니다. 바쁜 날 제일 먼저 빠지는 게 그 손이니까요.

인계에서 다음 사람이 제일 먼저 볼 것은 마친 일이 아니라 하다가 멈춘 일입니다

마친 일은 굳이 안 적어도 결과가 어딘가에 남습니다. 하다가 멈춘 일은 적지 않으면 아무 데도 안 남고, 받는 쪽은 그것을 없는 일로 읽습니다. 인계에서 값이 나가는 칸은 그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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